성석제 지음|문학동네
2008.6.7|ISBN 8954605842|340쪽|A5
12,000원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산문집 <소풍>으로 잘 알려진 성석제의 신작 산문집. 각종 먹을거리 이야기를 맛깔나는 문장으로 풀어낸 <소풍>, 세상만사 진기한 잡학을 집대성한 <유쾌한 발견>을 잇는 산문집으로, 이번 테마는 '농담'이다. 그가 탐닉하는 막국수처럼 쫄깃하고, 바둑의 수처럼 오묘한 세상만사 유쾌한 풍경들이 와글와글 담겨 있다.
오랜 세월 이어져온 그의 '탐닉'의 연대기를 담은 1부 '나는 카메라다', 여행자 성석제가 길 위에서 보고 겪은 유쾌한 에피소드들을 담은 2부 '길 위의 문장',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출몰하는 우리 주변의 고집불통, 엉뚱한 이웃들의 생활백서를 담은 3부 '마음의 비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오랫동안 성석제의 메모리카드에 저장돼 있던 스냅사진들이 함께 실려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에 그 풍경들을 면면히 녹여내어 세상의 온갖 얄궂은 사물과 별난 이웃들의 삶과 개성을 만날 수 있다. 전체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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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사진보다는 그 사진이 쏟아내는 갖가지 사연들이 더 흥미진진하고, 평범한 장면에 그가 시치미 뚝 떼고 달아둔 엉뚱하고 기발한 캡션들이 더 큰 웃음을 자아낸다. 성석제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에 그 풍경들을 면면히 녹여내어 우리 이웃들의 삶과 개성을 치밀하게 접사해낸다. 약간의 수줍음과 번뜩이는 호기심, 그리고 사람과 삶에 대한 넘치는 애정으로, 우리 사는 세상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촬영해온 우리 시대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이 책은 그 별난 카메라가 포착해낸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화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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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성석제
1960년 경북 상주 생. 1986년 시로 등단한 뒤 1994년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내면서 문장으로 표현하는 농담의 세계에 입문.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만지게 된 것은 1985년, Yashica 일안 리플렉스 필름카메라를 가지면서부터이다. 이 카메라에 최소한 사백 통 이상의 필름(슬라이드 필름 포함)을 끼우고 셔터가 고장이 나도록 부지런히 눌러댔으나 사진을 인화하는 데 들인, 들일 돈이 거의 없어 남아 있는 사진은 별로 없다. 두번째 카메라는 캐논 SLR 카메라이며 이전의 카메라가 준 교훈에 따라 필름 낭비는 백 통 이하로 줄어들었다. 얼리어답터를 자처하는 까닭에 비교적 일찍 디지털카메라를 손에 들게 되었고 미놀타, 루믹스, 캐논 콤팩트카메라를 거쳐 현재는 캐논 DSLR 카메라를 주로 쓰고 있다. 존재와 삶 자체가 카메라인 동시에 필름, 혹은 메모리카드, 인화지임을 명심하고 있다.
십여 권의 소설, 두 권의 시집 외에 산문집으로는 『위대한 거짓말』『쏘가리』『즐겁게 춤을 추다가』『소풍』『유쾌한 발견』을 냈다.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나는 카메라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초침| 개성을 먹는다| 생맥주의 추억| 우리집 도마는 어디로 갔나| 큰 바둑으로의 길|
봄의 교향악| 불개| 어느 날 자전거가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천국으로 가는 버스| 선물| 책도둑의 변명|
파이는 파이다| 긴장,웃음,재미 그리고 약간의 가려움| 반짝반짝 빛나는 슬픔에 관하여| 햅쌀밥을 먹는 저녁|
학교| 그 음악을 제발 부탁해요,DJ| 헬리콥터와 박정희 그리고 나의 18년
제2부 길 위의 문장
과일의 황제| 신비로운 표지판의 세계| 파리 이야기| 남방에서 만난 북방의 아리따운 자매들| 손을 흔드는 사람들|
한 도시의 기풍| 고개를 넘고 난관을 거쳐| 비 온 뒤| '판도라의 상자'라면| 행복 자장면| 거기서는 아무나| 가기도 잘도 간다 우리 비행기|
백년지대계| 안전벨트의 역할| 세 종교의 세 풍경| 집은 주인을 담고 주인은 나무를 닮는다| 아바이 마을의 배| 단골이라는 도취| 나는 야산에 간다|
내가 살던 세상을 다녀오다
제3부 마음의 비경
왜 사람에게는 귀꺼풀이 없을까| 개들의 소리가 말하는 것| 타고난 것을 어쩌라고?| 라디오 소리는 산골짝마다 울려 나오고|
운동은 운동장에서 목욕은 목욕탕에서| 자전거를 둘러싼 관점| 입장과 양식| 우리의 통찰력을 풍부하게 하는 것들| 쓴맛 매운맛|
좋은 음식점에 없는 것들| 총과 카메라| 껌뻑껌뻑하는 차 깜빡깜빡하는 일| 경적의 예의| 고의와 과실| 풀과 벌레| 살아 있는 것의 충고|
집학을 위한 변명| 위대한 배려| 세상이 좋아진다는 것| 비주얼의 폭력,간판의 숲| 인간적이라는 것의 의미| 길 끝에서 만나고 싶은 것들|
비경의 사유화
무엇보다 나는 거기서 편안함을 느꼈다. 모두가 편안해하고 있었다.
이름은 몰라도 낯익은 사람끼리 편안하고 느리게 가는 시간이 편안했다.
편안한 도취가 이어지니 다음날 아침 몸도 마음도 편안했다.
'누런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에 소소리 바람 불제'마다 가지 않고는 베길 수 없었다.
-제2부. 길 위의 문장 /'단골이라는 도취' 본문 中
성석제씨는 우리나라 작가 중 드물게 글을 편안하고 즐겁게 쓰는 분이다.
우리나라 정서가 늘 억압되고 정답 아니면 사람취급 안해서 그런지 대체로 우리나라 작가분들 문체는
어둡고 삶이 녹녹해 보이지 않는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런데 성석제씨의 글을 읽다보면 농담 잘하는 사람을 만난 듯 편안하게 웃으면서 동감을 이끌어낸다.
그것은 부담없이 리모콘을 들고 키는 텔레비젼같은 편안함이랄까.
아마도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때문에 성석제씨의 독자가 증가하는게 아닐까 싶다.
이번에 새로 나온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라는 산문집 역시 두께는 꽤 나가는 편이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으며 그의 일상적인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그의 독자라면 읽기를 추천한다.
디지탈카메라를 들고 나니면서 산문집을 썼으니 무언가 큰 기대를 하고(사진과 연관된 사연등등)
읽기를 시작했는데 그런 쌈박(?)한 사진은 거의 드물고..아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진을 보면 '아! 멋진걸?'하는 사진은 머리 속에 별로 남아 있지 않으니까.
(너무 평범해서 사진다운 사진이 없다고 표현했는데 혹시 기분 나쁘실라나?^^)
그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과 함께 그의 호기심만발한 이야기 속 지역의 특징적인 표현은
거의 생략하고 단순히 느꼈던 자신의 웃음, 느낌등을 전달하고 있었다.
읽다가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라고 의문을 갖지만, 그것도 사실 발품을 밟지 않고 쉽게 얻으려는
독자들은 여행할 자격도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역시 그 답다! 라는 생각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쩌면 그는 사진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그의 말처럼 사진이라는 것이 위치나 빛의 각도나 셔터의 조작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조작의 결과물 일테니까.
뭐든 주인따라 간다고 카메라도 이미 그의 손에 닿으며 농담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너무 진지하게 보다보면 쉽게 버거워지고 오히려 답을 구하기 힘들 것이라는
그의 생각에 동의하고 싶다.
모두들 사진작가처럼 훌륭한 사진을 뽑아내야 사진기를 들 자격이 주어진다면
카메라 조작 훈련을 새롭게 받을 생각에 귀찮은 마음이 먼저 들테니까..
다행히 아마추어들이 찍은 사진 속에도 충분히 아름답고 잊지 못할 추억이 담겨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여행을 떠나게 되면 이 책을 넣고 다녀야 겠다.
그저 풍경만 보지않아야 겠다.
여행지에서 사람들 마음들, 간판 하나하나의 의미, 새겨진 의미들을 알고 지나쳐야
진짜 여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물론 카메라는 챙겨야 겠지? ^^
"아버지가 준 강아지에게 난 백설기를 선물했다"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문학동네|340쪽|1만2000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작가 성석제를 만나보면 글만큼 재미있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당황하게 됩니다. 입심 좋은 글과는 달리 실제론 말수 적은 작가 앞에서 초조해지고, 진지함에 긴장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실망감도 모두 다 그가 쓴 글이 재미있었다는 기억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가 쓴 글만큼 사람도 재미있었다면 더 큰 낭패감을 맛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재미없음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안도감마저 드는 것은 작가 성석제가 가지고 있는 글맛에 대한 저의 질투 때문이겠지요.
이제 막 나온 그의 책을 책상 앞에 놓고 질투 하나가 늘고 있습니다. "전혀 카메라와는 어울릴 것 같이 생기시지 않았는데, 도대체 카메라라니." 책을 처음 받아보고 쓰윽 책에 실린 사진 구경을 먼저 하는데 웬 소가 막사에 처연히 앉아있습니다. 카메라를 보면서요. 시국도 시국인지라 그 처연함이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장 '소사진'이 걸려있는 산문 〈비 온 뒤〉부터 먼저 읽기 시작했습니다. 주된 내용은 국지성 폭우가 쏟아져 물에 떠내려간 소를 찾아오는 내용이었습니다. 가까스로 바위 위에 생을 건사한 소 구출작전과 물에 떠내려갔던 소를 찾아와선 미안하고 안쓰러워 끝내 팔지 못하는 농부의 마음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일전에 읽었던 전성태의 소설 〈소를 줍다〉와 겹쳐지면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소를 카메라에 담을 때의 성석제의 한쪽 눈을 찡그린 표정이 생각났더랬습니다.
작가의 말에도 밝히고 있듯이 카메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고유한 관점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작가 성석제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그의 관점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세상살이와 자연에 대한 연민이 농담처럼 사진에 풀리고 있거든요. 현란하게 멋있다거나 주제의 가감이 그의 사진에는 없습니다. 가능한 사실대로 사진을 찍되 그의 관점만 남기거든요. 그런데 그가 갖고 있는 관점이 참으로 따뜻하고 정 넘치게 느껴지는 것은 사물,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막국수집 메뉴판〉같은 사진 말이에요. 전 알 수 있어요. 그가 메뉴판도 사랑한다는 걸 말입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사진이 그렇게 나올 수 없는 일이겠지요.
지난봄 저는 성석제와 단둘이 짧은 기차여행을 한 적이 있었어요. 양평에 어떤 선생님을 찾아가는 길이었거든요. 단둘이 한 시간만 있으면 되니 긴장할 것도 없는데 실은 좀 부담도 되긴 했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의 농담 없음에 당황하고, 말수 적음에 초조해하고, 진지함에 긴장을 느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잠시, 말과 말 사이에 다른 사람들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여유 있음에 이어질 다음 말을 기다리는 동안, 잠깐 열차 창으로 스며든 환한 햇살이 그의 입가에 머무는 것을 보고서는 당황하고, 초조하고, 긴장됐던 마음이 스르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말을 재미있게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일부러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말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순수함을 전하려는 것이에요. 말의 본성, 소통 말입니다. 그가 하는 농담이라는 것은 곧 그가 가지고 있는 말의 관점인 셈이지요. 작가가 가지고 있는 관점을 어떻게 독자들에게 풀 것인가 하는 관점이 넉넉한 농담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안에는 어린 성석제가 꽤 등장합니다. 말의 시작은 그곳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하여 조금 옮겨놓아 봅니다. '겨울밤이었고 아버지가 일평생 처음으로 선물이라며 종이봉지 속에 든 강아지를 내게 줄 때 술 냄새가 났다.'(〈선물〉중에서)
한밤중 낑낑대며 울고 그 소리에 잠을 깬 어린 성석제는 '그날 저녁 내 몫으로 받고 아껴 먹다 남겨둔 백설기'를 '아버지의 선물'에게 내밀지만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화가 난 아이는 '선물'에게 주려던 선물을 철회하고 방으로 돌아오지만 강아지의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습니다. '결국 밖으로 나가' 선물 옆에 쭈그리고 앉아 선물의 머리를 쓰다듬자 어린 강아지는 울음을 멈춥니다. 아버지는 강아지를 '선물'했고 그는 강아지에게 백설기를 선물했습니다. 밤이 아침을 선물하듯 강아지는 그에게 난생 처음 경험하는 연민의 감정을 선물한 셈이지요.
어린 성석제가 선물로 받은 '연민의 감정'은 그의 문학사 혹은 개인사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온갖 얄궂은 사물과 별난 이웃들의 성깔과 개성에도 그가 어릴 적 받았던 '연민의 감정'이 따뜻하게 녹아있습니다. 물론 그만이 갖고 있는 말의 관점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의 말 중에는 웃겨도 웃기지 않거나, 진지하지만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의 의도대로 '책을 읽는 분들이 농담이 활개치는 스스로의 숲'에 들어설 수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백가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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