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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신간: 신석기시대 세계여성사

by 3856 2020. 2. 14.

역사신간 -

신석기시대 세계여성사




제목: 신석기시대 세계여성사

저자: 장혜영

출판사: 어문학사

출간일: 2020년 2월 14일

정가: 26,000원

인터넷 정가: 23,400원


신석기시대 하면 사람들은 흔히 모권제 사회와 여신상을 떠올린다.

구석기시대부터 채집 경험을 누적해온 여성들이 신석기시대에 농경이 시작되자 자신들의 장점을 발휘하여 농경생산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사회의 견인자 역할을 수행했다는 이른바 "신석기시대 농업혁명"이론이 학계에 정설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 주장은 단지 서양고고학계에서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라 얻어진 가설일 뿐 같은 시기의 서양 이외의 신석기시대 여성의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아시아 지역 이를테면 중국, 한국, 일본 등 신석기시대 상황은 죄다 서양의 연구결과를 당지의 고고학적 발굴 유물과는 상관없이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신석기시대에 모권제와 여성이 주류사회를 형성했다는 서양 고고학계의 주장은 물론 그들이 자신들의 선사역사에 포함시킨 서아시아와 주변의 일부 지역에서만 유적 발굴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 지역에민 고유한 취락과 무덤, 부장품,여신상 등 일련의 발굴들은 신석기시대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월등한 지위를 누렸으며 공동체의 견인 역할을 감당했다는 이른바 신석기 여성시대의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해준다.  실제로 당시 서아시아 지역 여성들은 농업생산에서 뿐만 아니라 취락의 형성, 가옥 건축, 출산, 가내노동 등 사회생산은 물론 가내노동에서도 절대적인 주류 세력에 속했다. 

그런데 신석기시대에 서아시아 지역에서 누린 여성들의 이러한 상승된 지위는 전적으로 농업의 시작에 의한 혜택이었다.  그리고  농업의 시작은 또 간빙기의 기온성승 및 야생곡물 자생 등의 결과물이었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서양고고학계의 이론에서도  동일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간빙기의 기온상승과 야생곡물의 자생 조건만으로 반드시 10000년 전에 농업이 시작되었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기온상승과 밀,보리와 같은 애생곡물의 자생은 그 이전에도 조건이 주어진 시기가 있었지만 결코 농업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가 백만 년 넘게 영위해온 수렵과 채집을 포기하고 어느날 갑자기, 그것도 세계적인 범위에서 동시에 농업이 시적된 것에는 그것에 걸맞는 원인제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때 이 가설은 설득력을 가진다. 농경의 시작은 여성의 지위와 역할의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이 책에서는 이 분야에 대해 많은 편폭을 할애하여 충분하게 담론을 펼치고 있다.

모권제의 부권제로의 전이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를 진행한다. 이 과도기에 대한 연구는 여성의 권위에 대한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모건 등의 이론을 심도있게 검토한 후 오류를 밝혀내고 그 기초상에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모권제의 존재는 서양과 동양에서 차이를 보인다.

취락의 형성에서 신석기시대 여성이 수행한 주도적인 활약은 서아시아의 경우에 해당하며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남성들이 여전히 주도 세력을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국가들의 신석기시대 여성들은 서양과는 다른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이 완만하게 발전하면서 남성들이 수행하는 수렵과 어로경제가 주류생산 시스템이 되면서 남성의 기존권력이 지속된다. 여성은 식량자원의 획득에서 남성에 뒤지며 남성의 지속된 지배에 만족해야만 했다. 단지 토기생산, 채집경제, 곡물가공, 소규모농경 등 업종에서 부차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평등 또는 종속적인 지위를 유지해 나갔다.


이러한 주장들은 신석기시대의 고고학 유적들에서 발건되는 여성상들에 의해서도 입증된다. 

서아시아의 경우 여성상은 구석기시대와는 다른 양상들로 다양하게 발굴되면서 여성의 향상된 사회적 신분을 나타낸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여성상은 여신상으로 추정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을 드러내면서 여성의 하위 신분을 보여준다. 중국의 경우 홍산문화에서 발견되는 여성상도 예외는 아니다. 그것은 숭배 대상으로서의 여신상이라기 보다는 제사 때 일차적으로 사용하고 폐기처분하는 제물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아예 여신상이 발굴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인도-파키스탄 그리고 그 주변 중앙사이아 일부 국가들의 신석기시대 유적들에서 발견되는 여성상은 숭배 대상으로서의 여신상의 모습을 갖춘 채 발견되며 이목을 끌고 있다. 그것은 이 지역에서 신석기시대 농업의 시작 연대가 서아시아와 비슷한 시기라는 점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이 지역의 농업이 어떻게 중국이나 한국과 달리 서아시아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고 또 그로 인해 여성이 사회적 지위가 상승되었는가에 대해서도 이 책은 남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단순히 여성사에 국한하지 않고 기후변화, 농업과 취락 및 가옥의 기원 모권제와 부권제의 과도 등 신석기시대와 관련된 고고학적인 전반 문제를 주제로 삼아 거대 담론을 전개하고있어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들에서 기존의 주장들을 검토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밝혀낸 후 독자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신석기시대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