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애소설 읽는 노인
요새 마콘도 음악창고에서 좋은 음악 즐겨 들으며 심신의 휴식을 취합니다.
점점 남미의 문화에도 관심이 가구요. 그런 의미에서 남미 소설 리뷰 하나 또 올려요 ^^
오늘은 햇살이 정말 부드럽지요 ? Be happy...
야생의 소리를 들어라 <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출판사 열린 책들
제목부터 흥미를 끄는 이 책에 대해서 여기저기서 명성은 들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연극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겐 덜 알려진 남미의 칠레에서 태어난 루이스 세풀베다(1949년생)라는 작가가 1989년 살해당한 환경운동가인 치코 멘데스에게 바치는 소설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해상감시선에 모습을 보이기도 한 그는 행동하는 지성이고 여행가로 알려져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어떤 도회지 노인의 독특한 일상일까 싶었는데 표지부터 아마존 정글의 동물들의 그림이 있어 뭔가 색다른 걸 예고한다. 순식간에 읽어내려가게 하는 흥미로운 이 책은 본격 환경소설이랄 수 있을 만큼 자연에 대한 존중을 핵으로 하면서 '노인과 바다'나 '모비 딕'과 비슷하면서도 '정치적 올바름'으로 읽는 내내 공감을 끌어낸다. 그건 야생의 힘이나 어떤 절대적인 힘을 이겨나가려고 대항하는 인간의 절대의지가 주제가 아니라('노인과 바다'에서 노인과 상어의 대립에서 노인은 영웅적인 의지를 가진 인간이며 남성적인 힘을 상징한다) 야생과 자연에 대한 존경과 그 힘에 대한 순종을 미덕으로 하는 것이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남미의 아마존 부근 엘 이딜리오라는 마을에 산다. 그는 원주민과 섞여 사는 체험을 통해 야생의 질서를 어느 정도 알고 적응해서 살아가는 지혜로운 노인인데 그가 사는 마을에 서서히 문명이 침투하는 것이다. 양키들이 나타나고 노다지꾼들이 금을 캐기 위해 몰려든다. 밀림을 정복하고 교란하고 변화시키며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인간들의 모습은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고 자연의 분노를 사는 것이다. 그 분노는 새끼들과 수컷을 잃은 암살쾡이가 인간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표출이 된다. 인간을 위협하는 이 암살쾡이를 제거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노인은 살쾡이를 따라가면서도 그를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함부로 자연의 질서를 휘젓는 어리석은 인간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공유한다.
홀로 밀림에서 사는 노인이 읽는 연애소설이란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순수한 관계에 대한 열망이라고 보여진다. 노인은 노동의 끝에 휴식을 취할 때 읽는 연애소설은 이기심으로, 물질적인 욕심으로 자연을 파괴해가는 인간들에 대한 실망을 잊게 해주는 근원적인 순수에 대한 바램이 아닌가 한다.